골프를 배우고 첫 라운딩에 나서는 사람처럼 필드 라운딩을 앞두고 마음이 설렌다. 나의 골프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시작 연도를 기준으로 치면 나의 구력은 15년 정도로 짧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실제 골프를 친 햇수는 해외근무를
한 약 7년이다.
두 번의 해외 주재 생활을 하면서 골프에 입문했고 골프의 재미를 알았다. 주재 중엔 참 많이 골프를 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주말마다 필드에 나갔다. 외국에서의 골프는 호사스럽지도
비싸지도 않은 까닭에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주재원들이 골프를 즐겼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해외 근무를 마치고 귀국을 하면 골프는 다른 세상 일이 되었다.
그런 까닭에 나의 골프는 구력은 길지만 국내에서 구력은 제로라고 할 수 있다.
지난 해 여름 친구 가족들과 서해안 일주여행을 했다.
낮엔 구경 하고 밤에는 특별히 할 일이 없었기에 스크린 골프를 한 판 했다. 아주 볼품 없는 결과가 나왔다.
최근 4년 반 동안 골프에서 손을 떼고 있었기에 자세는 망가졌고 감각은 사라졌다.
그러나 이것을 계기로 다시 골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친구들과 의기투합했다. 내년 여름 휴가 때는 함께 골프 여행을 가자. 그 때를 위하여 아직 입문하지 않은 사람들은 골프를 배우고 이미 입문한 사람들은 더 부지런히 연마하여 실력을 향상시키자고
도원결의 했다.
이후 각자는 나름의 방법으로 노력을 했고 이따금씩 만나 스크린 골프도 했다.
처음에는 엉망으로 나왔던 점수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좋아졌다. 나도 옛날의 감각이 조금씩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필드에 나가면 전성기 때의 스코어가 나올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필드에 나갈 것을 꿈꾸며 골프 부킹 사이트인 XGOLF에 유료회원 등록을 했다. XGOLF는 부킹은 기본이지만
동반 Player를 매칭시켜주기도 하고 저렴한 특판 행사도 추천해 주어서 유익하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 부부 친구 부부 4명이 라운딩에 나섰다.
몇 년 만에 필드에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마음이 설렌다. 다른 한 편으로 가슴이 뿌듯하다.
일 년 후에 골프를 같이 치자고 한 도원결의가 실현되는 순간이다.
기나긴 휴지기를 거치고 스크린으로
재생시킨 나의 골프는 어떤 모습일까 무척 궁금하다.
선택한 골프장은 골프존카운티안성W다. 전장이 5529m로 짧다. 길이가 너무 짧아 게임이 싱겁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점수가 너무 잘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모두가 기우였다.
내리막 코스인 첫홀부터 티샷이 OB가 났다. 긴장한 탓일까. 그러나 이후의 대부분 홀에서 티샷은 페어웨이로 곧게 날아갔다. 티샷만으로만 본다면 좋은 스코어가 나왔어야 했다.
그러나 아이언샷이 고장이 났다. 아이언샷이 전혀 컨트롤이 되지 않는다.
거리는 짧았지만 페어웨이가 폭이 좁고 너울처럼 기복이 심해서 스탠스 유지가 쉽지 않다. 평평한 매트 위에서 치는 스크린 골프에 적응된 몸은 변화무쌍한 필드에 적응을 하지 못했다.
샷은 정확성을 잃었고 거리도 오차가 많이 났다. 대부분 골프를 망치는 이유가 코스가 길어서도 아니고 드라이브 거리가 짧아서도 아니다.
샷이 정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늘의 내가 그렇다. 거리가 짧아 얕잡아 봤는데 아이언샷이 정확하지 못하니 짧은 거리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구력 15년에 걸맞지 않는 스코어를 기록했다.
안성W코스는 다양한 형태의 홀 구조를 가진 재미있는 코스다. 장타보다는 정확한 샷이 요구되는 코스다.
옆 홀에서 넘어온 공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구질의 정확성을 테스트 해보고자 한다면 권할 만한 골프장이다.
스크린과 필드는 확연히 달랐다. 스크린은 최적화된 타구 환경을 제공하지만 필드는 야생이다. 스크린에서 익힌 자세가 필드에서 그대로 재생되지 않는다. 스크린이 연습에 분명 도움이 되지만 실전 경험도 병행되어야 될 것 같다.
결과는 실망스러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감도 생겼다. 망가진 것이 무엇인지 고쳐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알았다.
몇 번 더 필드에 나가 적응 훈련을 하면 이전 수준의 실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올 여름 친구 가족과 함께 골프 여행을 떠나서 멋진 플레이를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